2012/09/19 16:15

안 원장 대선출마 선언에 즈음하여 - 대통령은 정치인인가요? 드립



#. 안 원장 대선출마 선언에 즈음하여


대통령은 정치인인가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행정부의 수반으로서 한 국가의 행정을 총괄하는 공무원이자 행정학자입니다. 안 원장은 금일 대선 출마 선언에서 현대 행정학의 중심논의대상인 유기적 구조와 그를 위한 수평적 및 변혁적 리더십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국정의 중심에 국민을 놓고, 그러한 국민의 민의를 모으는 국회 다음에 국회에서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는 대통령의 역할을 언급하며 정책문제의 복잡성과 통합적이고 이음매없는 문제해결 중심의 행정운영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라이프홀쯔의 말처럼 "현대정치는 정당정치"이지만, 민의를 떠받들지 못하는 지금의 정당정치의 한계를 지적했습니다.

현실정치적으로는 다소 원칙적이며 형식적인 발표내용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여타의 익숙한 자신감과 패기넘치는 출마선언과는 달리, 고뇌어린 얼굴과 떨리는 목소리로 대화하듯이 발표한 그의 기자회견에는 앞으로 5년 동안의 행정과 국가의 미래, 그리고 위기관리 리더십에 관한 깊은 행정학적 고민과 진심이 담겨 있었습니다.

대통령은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안 원장은 '직업을 몇 번 바꾸었지만 한 번 택한 직업은 포기하지 않았다'며 대통령 선거에서의 당락과 무관하게 정치인으로서의 길을 걸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안철수 원장은 정치인 이전에 행정학자이자 행정관료이기를, 정치적 당파싸움 이전에 심의적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에서 국가의 생존능력과 지속적 성장에 대해 고민하고 시민과 소통하며 화합하기를 기원합니다.



#. 그나저나 대선출마 기자회견에서 SF 작가의 글을 인용해 발표를 마무리하는 대통령 후보자는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

The future is already here — it's just not very evenly distributed. - William Gibson

덧글

  • 그렇군요 2012/09/19 16:54 # 삭제 답글

    정말 마무리를 그렇게 하는 후보는 처음보네요
  • 허시만 2012/09/19 17:44 #

    그 마무리가 인상적이었던지, 윌리엄 깁슨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등극하기도...ㅋ <뉴로맨서>를 출간한 출판사 황금가지는 뜻밖으로 흥하네요 ㅋㅋ
  • 미사 2012/09/19 18:05 # 답글

    저도 윌리엄 깁슨 인용에 풋 웃었어요. 진짜 황금가지 대박이겠네요 ㅎㅎㅎ
  • 허시만 2012/09/19 19:06 #

    벌써 황금가지 직원들은 철야 근무를 준비하면서 "안철수 원장이 대선 출마를 결심하게 한 그 책"이라는 띠지를 책에 부착하고 있다는 소문이 ㅋㅋ
  • 카이린 2012/09/20 09:58 # 답글

    윌리엄 깁슨의 인터뷰에서 따온 거라고 어느 블로그에서 봤었는데 글 속에서의 인용이었던 건가요?
    저는 원래 안철수씨 안나오면 아예 투표를 안 할 생각이었는데, 반갑기도 하고 좀 안타깝기도 하고 묘한 기분입니다^^;;
  • 허시만 2012/09/20 16:41 #

    처음에는 제가 블로그에 적은 것과 같이 윌리엄 깁슨의 책에 나온 구절인 것처럼 알려졌다가, 카이린님 지적처럼 한 라디오 인터뷰 속 내용이 실린 다른 잡지가 출저라는 얘기가 있더군요. 사실 <뉴로맨서>는 읽기 어렵다는 소리가 많은 책이죠. 저도 아직 못 읽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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