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9/23 23:18

<간첩> - 코미디의 탈을 쓴 액션영화 영화


영화 <간첩>(2012) ★★


#1. 영화 <간첩>의 가장 큰 구성상 특징은 극의 흐름에 따라 영화가 3부분으로 비교적 뚜렷하게 나누어진다는 점입니다. 시간 순서대로 전반부의 코미디, 중반부 및 클라이막스의 액션, 후반부의 코미디가 인위적으로 뒤섞여 있어요. 한 영화안에서 재미와 감동과 액션 따위를 모두 보여주고자 하는 전형적인 짬뽕식 영화로 보아도 무리는 없을 듯합니다.

저는 한 영화가 그 속에서 다양한 유형의 미적 범주를 추구하는 것이 잘못이라 생각하지는 않아요. 다만 영화의 각 구성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하나의 큰 주제의식으로 귀결되는 것이 아닌, 생뚱맞게 나열식으로 연결되어 불협화음을 일으키고 영화 전체의 유기성을 떨어뜨리는 일을 경계할 뿐입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영화 <간첩>은 후자의 잡탕 영화에 가까워보입니다.



#2. 다시 말해 이 영화는 코미디로 시작해 액션 장면에서 정점을 맞이하고, 다시 후일담과 같은 코미디로 끝이 납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코미디보다 액션에 몇 배는 힘을 준 모양새이고 액션신의 규모도 생각보다 큰 편인지라 코미디의 탈을 쓴 액션영화로 보입니다. 코미디는 일종의 맥거핀에 불과하다는 것이죠.


#3. 그렇다면 당의정의 표면과도 같은 전반부의 코미디는 어떠할까요. 전반부라 함은 남파된 4명의 생계형 간첩들이 겪는 어려운 남한에서의 생활 모습들과 10년만의 암살명령에 의해 이들이 다시 모이는 것 까지의 이야기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반부의 코미디는 딱 예고편 만큼만 합니다. 이 영화는 소재면에서 장진 감독이 13년 전에 선보인 <간첩 리철진>과 비교될 수밖에 없어요. 그렇지만 <간첩 리철진>은 남파 간첩들의 생활고라는 소재의 활용에 있어서는 적어도 이 영화보다 더 뛰어납니다. 식상하지는 않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닌 이러한 소재를 가지고 영화 <간첩>은 마치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새롭고 신선한 이야기인 것처럼 상황 내지 설정 이상으로 더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전반부의 코미디는 남파 간첩을 내세워 2012년 현재의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기본은 하는 편이예요. 하지만 후반부의 코미디는 쓸데없는 사족에 불과합니다. 거기다가 내용이 괴상해서 최소한의 재미 조차 없어요.


#4. 그런데 전,후반부의 코미디 장면이 별로 였다면, 중반부의 액션신은 더 별로입니다. 액션신이 전개되면 전개될수록 맥이 빠지고 긴박감이나 스릴감은 거의 느껴지지 않아요. 불필요할 정도로 화면이 심하게 흔들리는 액션장면이 연이어 계속나오니 핸드헬드에 거부감 있으신 분들은 두통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민호 감독의 전작인 <파괴된 사나이>에서도 액션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미루어 짐작할 때, 감독이 액션신 연출에 그냥 별 재능이 없어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나쁜 액션 장면들 속에서 배우 김명민은 불쌍하게도 이 영화에서도 역시 그의 연기력과 매력, 그리고 개성이 소비됩니다.


#5.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이 저지르는 잘못된 선택, 그리고 각종 삽질들을 지적하고 싶지만 일일이 이야기하기에는 입이 다 아플 정도예요. 작중 인물들이 내린 결정들은 아무리 좋게봐도 자신이 처한 상황파악을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만약 이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 공익으로 포장된 국가 및 사회적 이익과 그에 따른 요구, 그리고 개인의 가치체계와 신념체계 내지 사적 이익의 충돌이라면 적어도 그들이 이런 식으로 어처구니 없는 삽질을 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되었습니다. 이는 최 부장(유해진)을 필두로 한 5명의 암살팀 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 직원으로 나온 팀장 캐릭터와 같은 주변인물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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